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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기 입주작가
 

  이름
이혁
  장르
회화
  이메일
dlgur88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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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2009 한국 입국

2019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 졸업

2021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수료

 

개인전

2021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 아트스페이스이색/서울

 

레지던시

2021 약양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2022 경남예술창작센터 레지던시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

 

박 우 찬(미술평론가)

 

오늘 특별한 작가를 만났다. 이혁이라는 작가이다. 그는 2009년 북한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새터민 작가이다. 북한에서 미술대학을 다닌 그는 의아하게도 꽤 오랫동안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를 다녔다. 왜 미술대학을 안 가고 영문학과를 다녔느냐고 물었더니 남한에서 미술작가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였다고 한다. 결국 그는 본업인 미술로 돌아왔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수료했다. 이혁은 한국에서 몇 차례의 그룹전과 공모전을 통해 작가로서의 경력을 쌓았고, 이번 개인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 나가고자 한다.

 

재현에서 표현으로

캔버스는 나의 쏟아내는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다.”는 이혁의 말은 작가로서는 당연한 주장이지만, 그가 북한에서 이런 예술관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면 상당히 위험했을 것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는 작가의 개인적 감정을 작품에 담는 일은 금기사항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의 미술 활동은 철저히 사회주의 리얼리즘 원칙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그가 북한에서 오랫동안 연마한 리얼리즘 미술은 오히려 한국에서 예술작업을 하는 동안 그를 괴롭혔다. 아마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곳에서 미술활동을 하려면 한물간 재현미술은 빨리 포기해야 한다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이혁은 태생적으로 자의식이 강한, 자기 표현력이 강한 작가이다. 그런 그가 재현미술을 뒤로 하고 표현적인 그림을 시도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악몽>, <자화상>, <1946> 등에서 보듯, 화업 초기 이혁은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는 겁에 질린 듯 움추린 들개에 자기의 감정을 이입하여 <자화상>을 그렸는데, 들개의 몸 아래 만들어진 붉은 색 그림자는 북한 주민이라는 작가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자화상>은 과거를 부인하고 도망가고 싶은, 그리고 두려워하면서도 공격적인 작가의 이중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혁은 대상에 감정을 이입시켜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초기의 제작 방식에서 점차 작품을 추상 표현적으로 처리하여 나갔고, 표현의 영역과 표현 방법도 확장시켜 나갔다. <반상>, <실향민의 초상>, <안부> 등에서 보듯 과거와 현재, 사랑과 그리움, 삶과 죽음 등 대립하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감정이입식의 직설적인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반상>은 북한에서 가족이 함께 다정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먹던 밥상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북한에서의 가족과 함께 하던 식사에서 지금은 홀로 외롭게 식사를 해야 하는 자신의 쓸쓸한 현실을 대조시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고향에서 온 편지에 영감을 받아 그린 <안부>에는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라는 문장을 넣어 삶과 죽음,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을 표현했다.

 

표현에서 종합으로

표현주의는 그에게 재현미술로는 성취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었다. 표현이라는 도구를 얻은 그는 표현 방식을 더욱 확장 하여 물감을 칠하고 올리고, 긁어내고, 닦아내고 뜯어내기도 하며 밀도 있게 화면을 구성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이별의 상처와 그리움, 사랑, 후회, 분노, 고뇌 등을 심도 있게 표현해나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화면이 단순히 감정의 배출구 정도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표출하거나 과거와 현재를 결합하는 정도의 표현적인 방식은 그가 추구하는 예술적 목표가 아니다.

이혁은 하고픈 이야기가 아주 많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속에 감추어진 절대적인 진실, 그것이 그가 그려내고자 하는 세계이다. 그가 추구하는 인생의 절대적인 진리란 만남과 용서, 화해이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었던 이별의 상처와 그리움, 사랑, 후회, 분노, 고뇌 등을 작품 안에서 화해시키고 조화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혁은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여러 층의 레이어로 나열하고 결합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상적인 세계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이미지로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이혁이 이상적 세계의 상징으로 산수화를 선택한 것은 그의 복고주의적 취향 때문이 아니라 어지러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속세와 대비되어 현재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

이혁은 산수화라는 이상향의 공간에서 그리운 부모와 가족, 친구들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이혁에게 산수화는 나(작가)와 그리워하는 대상이 만나는 공간이자 이상향이다. 그러나 이상향으로 그린 산수화 속에서도 완전한 만남과 화해는 이루어지지 못한다. 밥그릇으로 찍어 만든 달과 숫가락 모양으로 표현된 나무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반상의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저 멀리 뜬 달(어머니)과 만나지 못하고 안타깝게 쳐다만 볼 뿐이다. 그는 마음속으로 외쳐 본다.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라고.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혁은 과거는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건너온 이혁에게 이질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생활만큼이나 이곳에서 작업도 쉽지 않았다. 매 순간 매 순간이 갈등의 연속이었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 이혁이 학생 시절의 작업을 정리하고 전문 화가로서의 출발을 선언하는 출발점이다. 이후 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누구도 모른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그는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기억이 수없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작가에게는 보물 같은 자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그린 능숙한 수채화에서 보듯 북한에서 엄격하게 배운 재현미술도 작가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