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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기 입주작가
 

  이름
정진경
  장르
  이메일
aria2790@naver.com
  홈페이지
http://www.jung-j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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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출생
홍익대학교 판화과, 동대학원 졸업

Solo-Exhibition
2020 멈춰있지 않은 순간들 - 가창창작스튜디오, 대구
2020 단면의 시선 - 룬트갤러리, 서울
2020 보통의 시선 - 웃는얼굴아트센터, 대구
2019 일상의 시선 - 아주 조금의 다름 - LP gallery, 파주
2019 다른 시선-외면하지 않기 ,봉산문화회관2층아트스페이스 (유리상자&아트스타)
외 5회

Group-Exhibition
2020 시도때도 없이 00, 아트고리, 온라인전시
2020 BOTOBNGSARAM vol.1 - LPgallery, 파주
2020 성남문화재단 청년프로젝트, drawing cage - 복정동 분수공광장, 성남
2020 희망드로잉 프로젝트 - 대구미술관
2020 낯선익숙함 - 참꽃갤러리, 대구
2019 유니온 아트페어 - s factory, 서울 
2019 Art for life - 영등포문화재단, 서울
2019 혼.틈.일.상 -  범어아트스트리트, 대구   

외 40회
 
작품소장  
포항시립미술관, 미술은행

레지던시
2018-9 범어아트스트리트(대구) 입주작가 
2020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곁의 미학: 일상과 그리움 사이에서 피어오른 이미지 

안진국(미술비평)

우리의 곁에는 ‘이름 없는’, 메마른 사물들로 가득하다. 일상에서 사용되다가 필요 없어지면 버려지는 사물들. 삶의 짧은 순간들에 존재하는 이러한 일상용품은 지나버려 그 자취만이 압축적으로 기억되는 감정적 공간을 떠오르게 한다. 바로 어린 시절 보았던 풍경, 아련함이 묻어 있는 공간들. 이것들이 곁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이름 없는’ 정물과 풍경
정진경은 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작가다. 그는 매일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에 관심을 쏟는다. 작가는 우리의 곁에서 삶의 동반자처럼 함께 지내는 —그 기간이 무척 짧을 수도 있지만— 일상용품을 그 어떤 사람보다 가깝고 친숙한 존재로 여긴다. 그는 “쉽게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물들에 대해 외면하기가 아니라 오히려 정감을 느”꼈고, 그래서 그것을 주의 깊게 오랫동안 바라봤고, 그 과정에서 “그것의 조형미에도 매료되”었다고 말한다(작업노트). 쉽게 소비되는 일상용품은 정진경에 의해 그려지고 만들어지면서 삶 속의 특별한 존재로 탈바꿈한다.
작가는 푸른 잔디나 노을, 들판, 산, 그리고 어딘지 알 수 없는 시골 풍경도 그린다. 작가에게 있어서 일상용품과 자연 이미지는 유사한 지점을 지닌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학업을 위해 15년간의 서울에서 머물렀던 시간과 서울의 비좁고 답답하고 외로웠던 자취방, 성인이 되어버려 다시는 그 감정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 등의 시공간적 현실에 둘러싸여 있었다. —작가는 2016년 서울에서 대구로 이사 왔다.— 이렇게 타지에서 성인으로 살아갔던 작가의 곁에서 위안을 줬던 것은 (일상용품뿐만 아니라) 아련함이 녹아 있는 기억/상상 속 자연 풍경이었다. 정진경은 서울의 자취방의 작은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푸른 잔디를 상상했다. 이러한 상상은 ⟪너른 데서 핀(pin)하다⟫(2017) 전시가 되었는데, 그가 상상한 푸른 잔디는 결국 고향,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 작가의 곁에는 일상용품만이 아니라, 의식적인 일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거대한 무의식적인 자연 이미지, 도시라는 장소성과 현재라는 시간성을 벗어난 아련한 고향, 자연 이미지가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대량 소비문화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는, 쉽게 쓰고 버려지는 일상용품에 작가가 쏟은 애정은 쉽게 잊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이러한 작가의 성향은 잊히는 과거의 시골 풍경과 도시 문화가 창궐하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자연의 풍광에 대한 애잔함에도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이 둘을 묶고 있는 것은 ‘잊힘’이다.
작가의 곁을 맴도는 이러한 두 영역, 바로 일상용품과 자연은 정물과 풍경, 다가섬과 거리 둠, 의식과 무의식의 특성을 보인다. 작가는 일상용품을 눈앞에 두고 그리는 듯 아주 가까이에 두고 표현하는 반면, 아련함이 묻어 있는 시골 풍경은 멀리 거리를 둔 원경(遠景)으로 그린다. 이러한 거리감은 대상과 작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의적으로 쉽게 버릴 수 있는 일상용품은 잡히는 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비자의적) 잊히고 있는 기억이나 자연 풍광은 먼 곳에 있다. 따라서 일상용품은 의식 안의 대상이고, 기억의 풍경과 자연의 풍광은 무의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 기억되는 이미지
정진경은 대상을 전혀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이러한 표현은 대상의 추상성을 높여 기억에 각인시킨다. 다시 말해서 버려지는 것(잊히는 것)을 추상성이 강한 단순한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오랫동안 그 대상을 기억하도록 만든다. 다년간 시각 이미지를 다뤄왔던 작가는 단순한 형상으로 추상성을 높여 대상을 표현했을 때, 이미지의 수용에서 발생할 생리적 현상을 이미 감각적으로 예측하게 된다. 정진경은 의도적으로 조형을 단순화함으로써 강렬한 인상과 오랜 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대상물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드로잉과 페인팅, 판화 기법 등으로 평면 작업을 완성하고, 그것을 다시 입체 조형물로 변환하여 제작한다. 그리고 그 입체 조형물로 마치 공간을 드로잉하는 것처럼 설치하거나, 그것을 다시 그리는 순환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작은 이미지는 큰 형태의 컬러 시트지로 옮겨져 유리 벽에 부착되기도 하고, 얇은 두께의 납작한 입체물이 되기도 하고, 명주실을 캐스팅한 속이 텅 빈 껍데기 같은 엷은 조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공간에서 조화롭게 구성하여 (작가의 용어로) “공간 드로잉”을 한다. 이렇게 평면과 입체, 설치를 넘나드는 정진경은 “사물을 인식하는 데 중요 요소가 되는 선과 면, 공간을 레이어 층으로 활용하여 [대상의 이미지를] 단계적으로 노출”하는데, 이것은 “판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로세스”라고 말한다(작업노트).
근래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상을 더 근접하여 대상의 부분만 색면으로 표현하거나, 대상과 배경의 구분을 모호하게 그린다. 또한, 대상을 마치 채색을 하지 않은 것처럼 하얗게 남기거나, 유사한 맥락으로 대형 컬러 시트지 작업에서 대상을 오려내고 배경만 남기는 표현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상의 실체를 더욱 알아볼 수 없게 만들고,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듯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더욱 단순해진 색면 표현은 마치 색면 추상 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온다. 이전보다 추상성이 더 높아지고, 소재도 이전보다 폭넓어지고 있다.
정진경의 작업은 현재도 변화 중이다. 그의 표현 형식이나 작업 방식은 점점 더 세련되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주변에 존재하는 ‘버려지는/잊히는 것’에 닿아 있다. 정진경이 보여주는 것은 ‘곁의 미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