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작가소개
  작품검색
HOME 입주작가 입주작가소개
14기 입주작가
 

  이름
정주희
  장르
  이메일
jeongjoohee0@gmail.com
  홈페이지
http://jeongjoohee.blogspot.com

이미지

  • 해당파일이미지
  • 해당파일이미지
  • 해당파일이미지
  • 해당파일이미지
  • 해당파일이미지
  • 해당파일이미지
  • 해당파일이미지
  • 해당파일이미지
  • 해당파일이미지
학력
2010 고려대학교 미술학부 졸업 

개인전  
2021 반짝이는 파도 일렁이는 별 (오산시립 미술관)
2020 거북이는 등을 볼 수 없다 (대구 예술 발전소)
2020 A turtle can't see its back (Diskus Berlin, Germany)
2019 Beautiful-awful (홍티아트센터, 부산)
2017 말하기의 다른방법 : 우리를 보는 자세 (17717, 서울) 
2016 싱글채널비디오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2016 designed desire (Zhe mu hui art space,항저우, 중국/스페이스 가창, 대구)

주요단체전
2020 생존신고 (수창청춘맨숀, 대구)
2020 신소장품전 플러스 (오산시립미술관)
2020 SIMA FARM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2019 Rainbow wire (F1963, 부산)
2019 숨은 꽃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김해)
2019 AH!POPPED! (수창청춘맨숀, 대구)
2018 UNIFICATION (baesankorea, 서울) 

2017 청춘열전 (제부도 아트파크, 경기) 

2017 옴의법칙 창원아시아 미술제 특별전 (경남자유회관, 창원) 

2017 뉴드로잉프로젝트 (양주시립미술관,양주)

2017 예술생태보감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2016 청춘본심 (성산아트홀, 창원) 

레지던시
2020 DISKURS Berlin (Berlin,  Germany)
2019 홍티예술센터 (부산문화재단, 부산)
2016 중국미술학원국가대학과학기술(창의)원 (항저우, 중국)
2016 가창창작스튜디오 (대구문화재단, 대구) 

기타  
2020 SIMA FARM 선정,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2018 강원국제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 
2015 이웃의 선물 (예술간판 프로젝트,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19 오산시립미술관, 경기도
2017 양주 시립미술관, 경기도
2015 아르코미술관, 서울
2007 고려대학교 CJ관, 서울
프레임의 안과 밖에서

이문정(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정주희의 <읽기 연습 no. 6>(2019)이다. 좌측에는 갑 휴지를 뽑아 카메라를 향해 던지기를 반복하는 작가의 얼굴과 손짓이, 우측에는 작가의 발 근처에서 힘없이 떨어지고 있는 휴지가 보인다. 작가는 이 행위를 200여 번 반복했다. 그러나 그 많은 휴지 중 한 장도 카메라에 도달하지 못했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쯤은 조금 멀리 날아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카메라와의 거리인 1m는 생각보다 멀었고, 휴지의 물리적 속성이 가진 불가항력을 극복하지 못했다. 아무리 열심히 던져도 얇디얇은 종이는 위력적인 사물이 될 수 없었다. 그동안 <읽기 연습> 시리즈를 통해 사회의 고정관념을 향한 저항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던 정주희는 <읽기 연습 no. 6>에서 '무게 없는 에너지'로 표출되는 몸짓을 담아내려 했다. 아쉽게도 저항의 에너지는 흩어져 사라졌다. 
작가는 <읽기 연습>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서 머리 위에 위태롭게 책을 올려놓거나 회초리를 맞으며, 혹은 철봉에 매달린 채로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는다. 술을 마시면서 성경을,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복장으로 단상 위에 올라 주례사를 낭독하기도 한다. 논리적으로 정돈된 텍스트뿐 아니라 의미가 뒤섞인 모호한 텍스트도 읽기의 대상이 된다. 

자신의 몸 전부를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나체 상태임을 예상할 수 있는 여성 작가가 다양한 제약 속에서 텍스트를 읽어내려가는 퍼포먼스는 그녀의 시선이 여성의 이야기를 향한다고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여성만의 이야기를 생성하길 원하지 않는다. 작가는 여성이기 이전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작품에 담아낸다. 때로는 덤덤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정주희의 작업은 여성의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탈의를 선택한 것도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퍼포먼스에 임하기 위해서이다. 의복은 취향, 직업, 경제력과 같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정체성을 전달하는 기호인 동시에 사회화된 인간을 은유하는 상징이다. 
따라서 공적인 장소에서 작가가 자신의 육체를 드러내는 것은 사회적 규범의 위반이자 사회적 틀을 벗어나려는 도전이다. 이분법적인 단절이 약화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몸은 정신보다 저급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몸을 드러내는 행위는 그 자체로 타자의 복원이며 금기의 침범이다. 
한편 낭독 역시 <읽기 연습> 시리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은 언어의 세계에 들어감으로써 사회화된다. 언어 속에는 규범이 담겨 있다. 언어가 규범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언어로 구성된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기 위해서는 몸이 필요하다. 사실 몸은 그 자체로 존재할 때조차 생물학적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 정체성의 바탕이다. 주체의 정신적 활동 역시 몸이 있어야 가능하다. 몸은 사회 안에 존재하고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들의 영향 아래에 놓인다. 엘리자베스 그로츠(Elizabeth Grosz)가 말했듯 몸과 정신(마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규범적 인간상을 따라야 하는 현실을 향한 저항은 쉽지 않다. 공동의 약속이라 믿어지는 규칙들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주체는 크고 작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읽기 연습 no. 6>에 등장하는 작가는 사각의 프레임(frame)을 벗어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완벽한 자유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규범이 지배하는 사회 밖으로 완전히 나가서도 안 된다. 완벽한 이탈, 해체와 전복은 저항의 의미를 소멸시킨다. 작가를 포함한 우리는 모순처럼 느껴지는 이중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그렇다고 불가항력에 그냥 순응할 수는 없다. 

정주희는 자신의 저항적 에너지를 표출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허무한 저항으로 머무르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이 던졌던 200여 장의 휴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의 발 옆에 쌓였던 휴지를 다시 주워 검정 물감을 흠뻑 묻힌 후 벽에 걸린 거대한 천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짓(movement)> 시리즈의 시작이다. 작가에 따르면 모든 색을 다 집어삼키는 검정은 무(無)의 색이자 죽음의 색이다. 권력, 금지된 일, 슬픔 등을 은유하기도 한다. 드디어 강한 에너지의 흔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의지는 가시화되었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폭죽이 터지는 하늘 같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억눌려 있던 작가의 내면이,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한다. 캔버스의 프레임을 벗어난 천은 마치 옷을 벗고 휴지를 던지는 작가처럼 자유를 지향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주희는 완벽한 해체를 향하지 않는다. 작가는 침착하게 자신이 던질 지점을 바라보며 검게 변한 휴지 뭉치를 던진다. 즉흥적이지만 완벽한 무작위는 아니다. 프레임의 안과 밖, 계획과 비계획 사이를 오가며 작업하는 정주희는 끝없이 가능성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의 삶도, 작업도 진행 중이다. 고정된 존재가 되길 원하지 않는 이 젊은 작가에게 의미의 한계는 없다.